우리가족 이탈리아 여행 5편 <시칠리아>

타오르미나 (Taormina)

타오르미나 극장

 
 타오르미나는 시칠리아 동편, 카타니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마을입니다. 도시라고 하기엔 크기가 좀 작습니다. 하지만 여행객들에게는 꽤 유명한 장소입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 때부터 만들어진 도시여서 지금도 그리스 원형극장이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고, 마을 안에는 아름다운 골목길과 상점, 식당들이 많아서 현지인들도 많이 찾아오는 관광지이기도 합니다. 
 
타오르미나 기차역에 주차를 하고 마을 버스를 타고 잠시 올라갑니다. 꽤 경사가 급한데, 올라가는 곳곳에 풍경이 좋은 곳에는 호텔과 고급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산 아래 언덕 위에는 빽빽이 건물이 지어져 있습니다. 처음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는 몰랐는데, 로마나 피렌체 같은 대도시들은 평지에 건설되어 있지만, 작은 규모의 옛 도시들은 산 아래나 언덕위에 건설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산 위의 도시(아그리젠토), 절벽 위의 도시(포지타노 같은 곳)는 집을 짓기도 힘들고, 수로의 연결도 힘들고, 도로의 연결도 어려웠을 텐데... 이탈리아의 중세 작은 도시들은 산과 언덕, 해안가 높은 곳에 많이 건설되어 있습니다. 추측해 보건대 이탈리아 자체가 산과 언덕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면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치 하나의 도시가 산과 언덕을 중심으로 집들이 빽빽이 지어져 있기 때문에 중심부로 통하면 길만 막으면 그대로 성이 되어 버리는 모습 같습니다. 마지막 추측으로는 뷰가 아름답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기왕 살아야 한다면 높은 위치, 어딜 봐도 뷰가 잘 나오는 그런 장소를 택한 것이 아닐까요? 역시 미감을 중시하는 로마의 후예이며,  지금도 명품을 만들어내는 이탈리아인의 DNA가 계승되어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면 언덕사랑이 디폴트값인 이탈리아 도시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해변가 고지대에 세워진 타오르미나

타오르미나는 해발 200미터정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마을 중심부를 지나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이며 고대 그리스인이 만든 원형 극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뒤쪽으로는 이오니아 해의 푸른 바다와 연기를 뿜어내는 에트나 산(해발 3,323m)의 아름다운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타오르미나에 도시를 만든 시기는 bc 3세기경. 2300년이란 역사에 아름다운 자연이 더해지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리스 극장'이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는 풍경입니다. 이탈리아 여행기를 쓴 괴테가 이름 글을 썼다고 합니다.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말하지 말 것이며, 그중 제일은 타오르미나의 그리스 원형극장이며, 이는 작은 천국이다'. 현장에 와서 타오르미나의 원형극장을 보니 정말 그리스인들 참 대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천혜의 자연공간을 찾아 극장을 세웠고, 그곳에 그리스인의 이야기까지 더해졌을 거라 생각하니 괴테의 찬사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타오르니마 극장은 노을이 질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마음 같으면 바다를 바라보며, 극장을 바라보며 옛 그리스인들이 가졌을 감상을 상상해보고 싶지만, 7월의 시칠리아는 꽤 덥습니다. 아이들의 감탄도 그리 길게 가지는 않습니다. 노을을 보고 돌아가면 밤 운전을 해야 해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극장 한편에는 박물관처럼 만들어져서 고대 그리스 극장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줍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한 장면처럼, 극장 위에는 커튼 같은 장막을 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그늘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극장에서 아주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만 보고가도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서양역사 교과서 역할을 충분히 했을 것 같습니다. 

 

타오르미나 극장 옛모습

타오르미나 전경

 
 극장에서 내려와서 마을 중심거리를 한참 산책했네요.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유명 관광지답게 젤라또, 카놀리(이탈리아 디저트) 가게에서 간식을 사 먹고, 다양한 선물가게에서는 아이쇼핑을 하고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오전에 수동운전을 못하는 바람에 큰 타박을 받았지만, 천신만고로 회복을 하고 여행 계획에 어긋나지 않게 타오르마나를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시라쿠사로 떠납니다. 
 
타오르미나 극장
https://maps.app.goo.gl/FQb5Yz6UZiadkHgK7
입장료 성인 12유로. 아동청소년 6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