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을 제외한다면 서양 건축사에서 원조 아이돌쯤 되시는 분이 바로 판테온 일듯 합니다. 재건을 AD 172년에 했다고 하니 실제 건축 시작은 그 훨씬 이전일 테고, 그다음 천년 간 이 돔의 스케일을 뛰어넘은 건물이 없었다고 하니 옛날로 치면 비틀즈급, 최근으로 치면 BTS급쯤 되는 서양 건축계의 큰 형님이 되실 것 같습니다. 이 원조 형님 위엄 덕택의 서양의 수많은 의회, 법원, 대학, 행정기관(나아가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건물이 많습니다)의 모습이 판테온을 쏙 빼닮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어쨌든... 판테온이 2천 년의 시간을 견디며 온전히 남아 있게 한 로마인들의 건축기술에 놀라고, 생각이 상이한 인간 집단의 권력 교체 속에서도 그 위엄을 존중받고, 사랑받게 한 힘이 뭘까요? 바로 천정에 난 저 구멍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덮는 게 쉬울까 생각해 보면 당연히 건축적 입장에서 그 방법이 더 안전하고 쉬울 듯싶습니다. 과학지식이 미천한 문과생 입장에서 봐도 모든 돔의 무게가 모이는 저 지점에 돌을 빼라고 누군가 지시한다면 건축가는 당연 멘붕이 왔지 않았을까요? 여하튼 중심을 열기로 한 결정에 따라 건축가는 뭔가 방법을 강구해서 천정에 구멍을 냈고, 구경꾼 입장에선 그 구멍을 볼 때마다 우와~우와~ 하며 하늘에서 천사 같은 무언가가 내려오거나, 혹은 빛에 의해 구원 or 회개의 느낌을 업그레이드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의 성령 충만한 스테인드글라스 보다 그냥 뻥 뚫린 구멍에서 나오는 레이저 빔 같은 저 빛에서 더욱 신령함이 느껴집니다. 밝은 날엔 강한 빛으로, 흐린 날은 부드러운 빛으로, 비가 오면 비 떨어지는 모습에, 혹여 눈이 온다면 눈 떨어지는 모습까지 모두 다 구경꾼들에겐 좋지 않았을까요. 결국 하나의 아이디어로 모두를 감동시키는, 하나의 아이디어로 모든 환경에 적합하게 만드는 건축계의 원소스 멀티유즈, 킬러 콘텐츠란 생각이 가물가물 나는 저녁입니다. 로마의 버스안에서 적습니다. #이태리여행 #로마여행 #그냥놀지않기위해이태리메모를남길계획 #italy #판테온 #너무좋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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