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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세계여행

야쿠시마 1편. 우리가족 일본여행 15편.

by junshufa 2024. 4. 1.

야쿠시마

 

오랜만입니다. 코로나로 여행길이 막히자, 쓰고 싶은 마음도 막혔는지 한동안 쉬었습니다. 

다시 시작한 우리 가족 일본 여행의 목적지는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야쿠시마'입니다. 야쿠시마는 규슈와 오키나와 사이에 위치하는 섬이고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된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런 설명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실제로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모노노케 히메를 구상할 때 이곳 야쿠시마에 머물면서 스토리를 짰다고 합니다. 규슈에서도 배로 4시간 걸리는 오지의 섬에서 그는 어떤 모티브를 얻었기에 모노노케 히메 같은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바로 야쿠시마의 자연이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아름답고 거대한 야쿠시마의 숲,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는 조몬스키, 그리고 그 숲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노노케 히메를 본 후 언젠가는 야쿠시마에 가고 싶다는 맘을 먹었지만, 일본인들도 평생 한번 가기 힘든 먼 곳에 위치한 섬이다 보니 여행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합니다. 또한 야쿠시마의 위대한 자연을 느끼려면 최대 3,4일의 트레킹을 해야 하는데 와이프나 아이들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아서 야쿠시마행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약간은 뜬금이 없지만... 대구 - 가고시마 직항이 생겼습니다. 한시적 이벤트성 운항이었지만, 더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런 직항이 없다면 후쿠오카에 먼저 도착해서 신칸센이나 차량으로 가고시마까지 3-4시간 이동후에 다시 배를 타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과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는데, 직항이 생김으로써 고민이 준 것입니다. 일단 와이프님하에게 보고를 드리고 허락을 받습니다. 본인은 그런 대자연을 감당할 수 없으니 혼자 다녀오라고~ "야~호~"

 다음으로는 일행을 모읍니다. 산, 오지, 트레킹을 좋아할 친구, 선배들에게 야쿠시마에 대해 설명을 하고 뻥을 좀 쳐서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말하자 순식간에 6명의 일행이 만들어졌습니다. 야쿠시마는 3~5월이 여행의 적기입니다. 봄과 가을을 제외하면 높은 강우량과 태풍 때문에 트레킹이 힘듭니다. 재빨리 비행기와 페리를 예약합니다. 그 외 다른 준비는 천천히 해도 됩니다. 이제 우리는 야쿠시마로 갑니다.

 

야쿠시마는 어떤 섬일까?

야쿠시마의 역사와 자연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 야쿠시마는 규슈의 최남단, 가고시마에서도 대략 135km 떨어져 있는 외딴섬입니다. 크기는 제주도의 절반 정도, 인구는 1만 정도 될까요? 규슈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다 보니 옛날부터 사람이 많이 살았던 섬은 아닙니다. 대신 따뜻한 기후와 엄청난 강우량(일년 5,000mm 이상) 때문에 쑥쑥 자라는 삼나무로 유명했던 곳이었답니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인 일본의 에도시대만 해도 야쿠시마에서 자란 삼나무를 일본 본토로 가지고 와서 사찰의 건축이나 수리에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섬에서 돈 될 만한 것은 삼나무 하나밖에 없다 보니 현대에 와서도 나무를 잘라서 판매하는 벌목업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는데요. 여기서 지금의 야쿠시마가 일본 자연의 보고,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도록 만든 특별한 변화가 생깁니다. 목재 판매를 위해 수백 년 된 나무들이 잘리고 숲이 파괴되는 것을 본 야쿠시마 주민들 중에 당장의 이익을 위해 숲을 파괴하는 것보다 이 숲을 보존하여 미래의 더 큰 자산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입니다.  1960-70년대 과도한 벌목이 문제가 되자 '야쿠시마를 지키는 모임'이 만들어졌고, 당시 일본의 유명한 환경운동가이자 철학자인 '야마오 산세이'씨를 야쿠시마로 모셔옵니다.  이 인연으로 야마오 산세이씨와 그의 가족은 야쿠시마로 이주하여 일생을 보냈고, 시와 수필을 통해 야쿠시마의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이런 계기들로 인해 섬주민들도 야쿠시마가 가진 생태적 가치에 공감을 하게 되면서 조금 더 조직적으로 환경보호 운동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리고 야쿠시마가 알려지게 된 또 다른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삼나무입니다. '스기(sugi)'라는 불리는 일본 삼나무인데, 이곳 야쿠시마에는 나이가 1000년을 넘은 삼나무도 많아서 1000년이 미만의 수령의 삼나무는 '고스기(kosugi)', 수령 1000년 이상의 삼나무는 야쿠스기(yakusugi)라고 부릅니다. 나이가 적어도 천년은 넘어야 좀 쳐주는 이 섬에서도 가장 특별한 나무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조몬스기'. 일본의 신석기시대(기원전 15세기 ~ 기원전 3세기)를 말하는 조몬시대부터 살아왔다는 삼나무, 그래서 '조몬스기'라고 부릅니다. 1963년 조몬스기의 발견으로 야쿠시마가 매스컴을 타기 시작하자 일본인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집니다.  1993년 드디어 야쿠시마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야쿠시마의 숲과 야쿠시마를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야쿠시마를 찾고 있습니다. 

 

야쿠시마로 가는 교통편과 일정

섬 내에서의 이동, 숙박

 

 야쿠시마는 가기가 쉽지 않은 여행지인 만큼 어떻게 가면 좋을지 정리해볼게요. 일단 일본의 가고시마까지는 각자 알아서 가면 됩니다. 저희 일행은 가고시마행 직항을 타고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생겼던 직항이라 지금은 없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규슈에서 제일 큰 도시 후쿠오카로 간 다음 후쿠오카-가고시마까지는 신칸센이나 고속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가고시마- 야쿠시마행 페리를 타야 합니다. 2시간 정도 걸리는 고속페리인 TOPPY도 있고, 4시간 정도 걸리는 페리도 있습니다. 해외여행에서 시간은 돈인 만큼 고속페리가 더 나을 것 같아요. 하루에 다섯 번 출항이 있기 때문에 여행 스케줄에 맞추어서 예약을 하면 됩니다. 예약, 결제는 인터넷으로 가능해요. 비용은 대략 왕복 21만 엔 정도입니다.  야쿠시마행 페리가 도착하는 곳은 미야노우라(宮之浦) 항입니다. 안보항이라는 다른 항구도 있지만, 보통 관광객들은 미야노우라로 도착하고 관광객을 위한 시설도 이곳에 많기 때문에 미야노우라가 야쿠시마 여행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합니다. 여행안내소, 숙소, 식당, 슈퍼마켓이 모여있고, 트레킹 코스로 출발하는 버스도 이곳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섬 내에서의 이동은 버스와 렌터카로 했어요. 가장 유명한 '조몬스키 코스'와 '시라타니운수이'계곡으로는 버스를 이용했고요. 마지막 날은 렌터카를 빌려서 섬 일주를 했습니다. 

 저희 팀의 야쿠시마 여행 일정은 5박 6일이었습니다. 모두 직장인이라 시간을 더 빼기는 어려워서 조금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했는데, 가고시마 도착 후 1박 - 야쿠시마 3박 4일 - 가고시마 1박후 귀국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야쿠시마는 제주도의 1/3 정도의 크기여서 작은 섬은 아니지만, 3박 4일의 일정이면 가장 많은 찾는 조몬스키 코스와 시라타니운스이 코스를 트레킹하고 남은 하루 정도는 차로 섬을 한 바퀴 도는 여행을 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