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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세계여행

우리가족 세계여행 이탈리아 여행 3편 <시칠리아>

by junshufa 2024. 4. 17.

로마에서의 3일을 보내고 이제 시칠리아로 출발합니다.
 

시칠리아의 역사

에트나 화산이 보이는 타오르미나

시칠리아의 위치부터 알아보죠. 흔히 이탈리아를 장화모양이라고 비유하는데요. 유럽대륙에서 지중해로 쭉 뻗어 나온 모습이 장화나 부츠 같은 모습입니다. 시칠리아는 그 장화와 앞부분에 위치한 섬인데 마치 발로 공을 차는 듯한 모습 같아 보입니다. 또한 지중해 중심부에 위치한 섬이다 보니 그야말로 다양한 문명이 오고 간 문명의 교차로가 된 섬입니다. 시칠리아의 원주민 말고 시칠리아를 처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은 그리스인들이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이 시칠리아로 이주해 와서 섬 곳곳에 여러 도시국가를 세웠고, 지금도 그리스인들이 만든 신전과 유적이 많이 남아있을 정도로 그리스의 영향을 오래동안 받아온 지역입니다. 특히나 아그리젠토의 그리스 신전은 가장 온전히 보존된 그리스 양식의 신전이라고 할 정도 지금도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기원전 3세기에 로마가 시칠리아의 지배권을 획득하면서 지금까지도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영역에 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의 멸망 이후에는 비잔틴제국의 영역이 되었다가 9세기부터는 아랍의 지배를 받으면서 아랍적인 문화의 요소도 시칠리아에 뿌리내리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는 십자군 전쟁이 발발하면서 프랑스 서북쪽에 살았던 노르만인들이 시칠리아를 정복하여 노르만 왕조가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을 보면 주인공이 예루살렘으로 가기 전 메시나(messina)란 곳에서 도착한 후 배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향하는데, 이곳 메시나가 바로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본토를 이어주는 곳에 위치한 시칠리아의 항구도시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그리스, 로마, 아랍, 노르만의 문화가 섞인 다문화를 간직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근세에 들어와서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통일운동의 영향을 받아 이탈리아 왕국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차례 침략을 받고 이민족의 영향을 받다 보니 시칠리아 사람들은 생존과 방어를 위해 가족, 친척, 마을 위주로 스스로를 방어하는 자경단 같은 조직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런 시칠리아의 특성이 현대에 와서는 시칠리아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명작 대부(god father)란 영화란 영화를 보면 뉴욕을 배경으로 한 이탈리아 마피아 가문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고향이 시칠리아로 나옵니다. 알파치노가 연기한 '마이클 콜레오네'(마피아 대부의 아들)가 가족의 복수를 위해 살인을 하고 미국에서 도망쳐온 곳이 시칠리아인데, 영화를 보니 시칠리아 북부의 도시 팔레르모 근처의 마을이 그들의 고향으로 등장합니다. 영화에서는 다소 낭만적으로 표현되었지만, 마피아 간의 이권다툼이나 복수 때문에 수십 년간 폭력사태가 이어져 온 아픈 역사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탈리아정부의 대대적인 마피아 소탕작전도 있었고, 마피아들이 합법적으로 보일만한 사업들로 진출해서 옛날 같이 강력범죄가 발생하거나 마피아 간의 유혈사태가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시칠리아 하면 마피아, 그러니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합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그리스, 로마의 유적부터, 이슬람의 유적, 고딕과 바로크 양식 같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명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으니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랍의 영향을 보여주는 검은얼굴의 인물상

시칠리아 여행의 시작

카타니아 (Catania)

 로마를 출발한 야간열차가 도착하는 곳이 카타니아입니다. 시칠리아서 두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북부에 위치한 팔레르모가 가장 큰 도시이며 경제적인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차를 타고 시칠리아 온다면 카타니아에 먼저 도착합니다. 여행 전에는 이탈리아 반도와 섬인 시칠리아로 어떻게 기차가 가는지 궁금했는데요.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가 6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당연히 다리로 이어져있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아주 한국인다운 예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벽즈음 일어나 기차 창밖을 보니 다리를 건너는 것이 아니고, 큰 배에 기차를 싣고 있습니다. 기차를 배에 실는다는 생각을 한 번도 못해봐서 황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다리를 하나 만들면 그 다리로 차도 다니고, 기차도 다니고 할 텐데... 꼴랑 6km 밖에 안되는데, 다리가 없습니다. 페리로 이탈리아반도와 시칠리아는 이어집니다. 불편하면 일단 만들고 보는 한국 마인드랑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기다란 기차를 세 덩어리로 분리해서 한 덩어리씩 배에 싣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립니다. 기차에서 내려 배 위에서 구경을 하는 있는데, 저희 가족이 탔던 기차가 배에서 내려집니다. 불이 나게 달려서 간신히 기차 마지막량에 올라탔습니다. 만일 기차에 올라타지 못했다면, 운동복만 입은 채로 국제미아가 되었을 수도 있었네요. 식구들은 잠든 채로 카타니아로 가고, 저는 돈도 휴대폰도 없는 채로 메시나에 홀로 남겨졌을 상황입니다. 하여튼 접혀진 기차는 배에 실려서 해협을 건너고, 해협을 건넌 다음 다시 기차로 이어 붙여서 다시 카타니아로 출발합니다.

카타니아의 거리

 카타니아는 기원전 8세기에 그리스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인데요. 그리스-로마-아랍-노르만의 지배를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그런 만큼 도시의 건축과 문화도 다양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활화산인 에트나산의 남쪽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서 화산폭발에 의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적도 많고, 도시 전체가 화산재로 덮인 적도 있다고 합니다. 도시에 들어서면 모든 건물이 회색빛이라 조금은 어두워 보이기도 한데요. 알고 보니 1693년 대지진으로 카타니아가 큰 피해를 입고 복원될 때 회색빛 화산석을 자재로 사용했고, 당시 유행하던 바로크 스타일로 건축을 하다 보니 웅장하지만, 뭔가 어두운 느낌의 도시 색깔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처럼 성당(성아가타 대성당)과 광장 중심으로 도시가 만들어져 있어서 하루정도면 걸어서 시내와 중심가를 다 돌아볼 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시내 산책을 하다가 성아가타 대성당 근처 피시마켓 구경을 갔는데, 다양한 지중해 해산물 구경도 하고 해산물을 이용해서 레스토랑도 많아서 흥미롭게 구경했습니다. 오후엔 식구들과 다시 방문해서 해산물로 점심을 먹기도 했답니다. 카타니아는 도심중앙에 재래시장이 열리는데요. 온화한 지중해의 태양에 잘 익은 다양한 과일을 아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는데요. 시칠리아의 물가가 로마보다는 확실히 싼 것 같습니다. 특히 납작 복숭아를 아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2-3유로 정도면 10개 넘는 납작 복숭아를 구입할 수 있는데, 쫀득쫀득한 질감에 당도가 엄청나게 높아서 아주 맛있더군요. 시장 안 작은 카페에 들어가 에스프레소를 시키면 1유로에 시원한 물 한잔과 에스프레소 한잔을 줍니다. 나른한 오후 잠도 오고, 많이 걸어서 여행의 피로가 느껴질 때~ 이 조합을 시키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1유로의 행복입니다.

 
 회색빛 도시 카타니아 중심지에 초록의 푸르름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이 있는데요. 빌라 벨리니(벨리니 정원 혹은 공원)는 바로 이곳 카타니아 출신의 오페라 작곡자 빈센쵸 벨리니를 기념해서 만든 공원입니다. 빌라 벨리니 공원에는 야자수나 선인장 같은 난대성 식물도 많아서 유럽의 정원 같지만 약간은 아라비아 어느 도시의 정원 같은 느낌도 받는답니다. 아름답고, 여유롭습니다.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아서 벨리니의 오페라 Norma 중 'casta diva'를 듣고 있으니 음악의 감동이 두배로 크게 느껴집니다. 벨리니공원 앞에는 카타니아의 유명한 카페들도 많아서 늘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벨리니공원
아란치니

 저희 가족은 시칠리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주먹밥, 아란치니를 먹기 위해서 Pasticceria Sivia란 카페(혹은 레스토랑)를 갔습니다. 아란치니는 시칠리아식 구운 주먹밥인데, 삼각김밥이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딱 맞는 간식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쌀을 먹는다? 그것도 주먹밥? 네~ 먹습니다. 리조토 같은 음식도 쌀을 이용한 이태리 음식인데요. 아란치니도 10세기경 이슬람세력이 시칠리아로 들어올 때 쌀도 같이 들어오면서 탄생했다는데, 아랍의 튀김요리인 킴베와 비슷하다는 설도 있습니다. 안쪽에 라구소스나 모차렐라 치즈를 넣고 밥으로 주먹밥을 만든 후 튀겨낸 음식인데, 그 모습이 오렌지와 비슷하다고 해서 오렌지의 이태리어인 '아란치니(arancini)'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란치니를 몇 개 사 와서 한국에서 가져온 볶음김치와 곁들이니 아주 꿀맛입니다. 그렇게 아란치니는 시칠리아를 떠날 동안 저희 가족의 든든한 간식이 되어주었습니다. 요즘은 한국의 이태리식당에서도 아란치니를 파는 곳도 있고, 아란치니 레시피도 알려져 있어서 해 먹을 수 있지만, 지금도 편의점의 삼각김밥을 볼 때면 시칠리아에서 먹었던 아란치니가 생각납니다. 글을 적다보니 다시 시칠리아로 떠나고 싶습니다.
 
 

<카타니아 참고>

카타니아에서는 에어비엔비로 2일을 머물렀습니다. 에어비엔비의 위치가 카타니아의 시내? 혹은 유흥가? 식당가? 주변이라 항상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이름이 Via Santa filomena 란 거리였습니다. 알고보니 카타니아의 유명한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카타니아에 가신다면 이 거리를 놓치지마시길~ 저희 가족은 시칠리아 흑우로 만든 수제버거를 파는 Fuf bottega sicula 에서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수제 햄버거와 시칠리아 크래프트 맥주의 조합! 아주 훌륭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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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 Santa Filomena · Catania, Metropolitan city of Cat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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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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